2006년 2월, 인도에서 방글라데시에 들어갈 때였습니다.
꼴까타에서 만난 한국인 동생 한명하고 함께 방글라데시에 들어갔습니다.
인도에서 방글라데시에 들어가려면,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합니다.

먼저, 방글라데시 하이커미션에 가서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비자는 20일 이상 주지 않고, 시간도 하루 이상 걸립니다.
기다리는 인도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아서 기다려도 못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과 비자발급비를 준비해서 며칠을 왕복한 결과, 어렵사리 비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방글라데시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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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인도를 오가는 대표적인 버스 Greenline


방글라데시와 인도를 오가는 버스는 몇 종류가 있는데, 주로 아주 비싼 버스입니다.
에어컨은 추울 정도로 나오고, 식사와 간식, 물, 담요 등을 줍니다.
운전을 매우 능숙한 사람들이 해서 편안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편안한 버스를 타고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삽시간에 버스를 내리고,
어느 건물로 들어갑니다.
방 한켠에 잠시 앉아서 새벽에 나오며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짐을 풀어 확인했습니다.
어찌보면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한데, 많은 인도 사람들이 쳐다보며 관심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충 짐을 싼 후, 버스회사 안내인을 따라 출국수속대로 갑니다.
여러개의 버스회사가 동일한 시간에 사람들을 쏟아놓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세월에 출국 수속을 밟을까 하던 찰나, 안내인이 다가와 이렇게 말합니다.

"뭘 조금 주면 수속을 빨리 해줄 수 있는데..."

두 손가락을 부비며 은밀한 눈길로 말을 합니다.
을 달라는 얘기겠지요.
구두쇠인 저는 외면했지만, 동행한 동생이 얼마간 쥐어줍니다.
그랬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됩니다.
그 긴 줄을 무사통과하여 출국수속을 마칩니다.

이제 국경이 열리고, 새벽공기를 마시며 릭샤를 탑니다.
국경에서 사무소까지는 일정 거리가 있어서 릭샤를 타야 합니다.
그곳에서 입국 수속을 밟는데, 수하물 검사를 하던 경찰이 말을 겁니다.

"Which country?"

저 말은 인도에서도 수 없이 들었던 말로, 이렇게 들립니다.
'위찌 껀뜨리?"

친절히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며 통과하려는데, 갑자기 이렇게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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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달라굽쇼? (출처 : MS officeonline)



"Any money? Any present?"

아침에 있었던 일도 있고, 방글라데시를 처음오는것도 아닌데다가
워낙 이런 일로 유명하다 들은지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또 검은 돈 달라는거네... 출입국 수속하는 공무원 놈이 돈 달라고 저리 뻔뻔하게 얘기하는게 말이 돼?'

그런거 없다고 싸늘하게 말하는 사이, 그 남자는 표정을 바꾸어 무서운 얼굴로 말합니다.

'가방을 열고 짐을 다 꺼내시오.'

아침에 대충 싸고나와서, 검문소에서 기껏 정리했더니...
다시 짐을 모두 꺼내랍니다.
짜증이 있는대로 났지만, 보란듯이 짐을 까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국경을 무사히 통과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며칠 뒤 친구의 사촌 집에 놀러갔습니다.
그곳 시골학교의 교장인 사람도 놀러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국경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들은 적지않게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워낙 부정부패가 심각한 나라라지만,
국경에서 공무원이 외국인을 상대로 그렇게 할지 몰랐다고 합니다.
한국에 와서 이 사연을 블로그에 소개한다고 하니, 이들이 극구 말립니다.
제발 알리지 말아달라며 애원을 하고, 몇 번을 약속을 받습니다.

그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빤히 보여 감동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집하면 알아주는 저는,
그럴 수 없다며 이런걸 꼭 알려야 방글라데시의 발전도 있는거라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그들의 서운한 눈빛을 뒤로하고, 고집 부리던 맛에 한껏 취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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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렇게 끝나고... (출처 : MS Officeonline)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한참이 지나 그때의 일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때 그 국경에서 들었던 말을 한참을 곱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입국 절차라면, 달러 보유량을 물어보는게 관례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 됩니다.
현찰이 있느냐, 얼마나 있느냐, 고가의 선물은 있느냐...

이런걸 묻기위해, 영어 못하는 동양인 여행자에게 간단히 말하느라
any money? any present? 라고 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곱씹어보니, 모두 아귀가 맞습니다.
친절한 표정으로 조사하니 거만한 표정으로 화를 내는 여행자.
그를 보는 수하물검사 경관의 입장이라면, 의심이 가서 짐을 열어보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괜한 오해로 한 나라를 '부정부패'의 낙인을 찍고 본 것은 아닐까, 후회가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친절을 한껏 베풀어 웃는 얼굴로 쉽게 영어로 물어봤을텐데,
그걸 혼자만의 편견에 취해 왜곡하고 왜곡해서 그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오해로 만들어낸 신기루로 선량한 마음을 가진 어떤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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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이렇게 이성을 묶는다. (출처 : MS Officeonline)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머리속에 아집편견이라는 것이 점차 제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내가 진정 원했던 내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거겠죠.


오늘도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혹은 어떤 집단을, 편견에 가득차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되도 않는 논리를 끼워맞춰 혼자만 완벽하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비판'의 환상에 사로잡혀 '비난'하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자위하고 있지는 않을까?


얼마 전 어떤분이 '시민단체 무용론'을 거칠게 주장을 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베나폴에서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집과 편견이 머리를 가득 채우면, 감정에 휩쓸린 배설과 비난을 비판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법입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저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문제점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오늘 다시 다짐합니다.
항상 다짐만 했지, 잘 지키진 못했지만...
늘 열린마음을 견지할 수 있도록, 누군가의 노력과 친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꼭 다시 한번 생각하자.
라고 말입니다.

교과서에서도 그랬듯,
나는 민주주의 사회시민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2006/12/29 - [답사 & 여행/Bangladesh] - 두근두근. 다카와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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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하민혁 2008/08/10 0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 전 어떤분이 '시민단체 무용론'을 거칠게 주장을 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베나폴에서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집과 편견이 머리를 가득 채우면, 감정에 휩쓸린 배설과 비난을 비판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법입니다.

    시민단체 무용론? 허~ 재밌는 친구들 참 많아요. 이 치는 지금 글을 읽을 머리는 있는 친군가?
    글의 주제 파악 하나도 안 되는 주제에다, 글이라고 늘어놓은 건 도무지 겉멋만이 가득해뵈는 주제에.. 정신 차리게 이 친구야. 글이라고 이것저것 떼다갖다 붙인다고 그게 글인 게 아닌 거야. 게다가 자기가 들어야 할 말로 다른 이를 설교하려 드는 지경이라니.. 쯧~ -_

    • BlogIcon G_Gatsby 2008/08/10 0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다는 수준과 글을 읽어 보니 대충 답이 나오는군요. 글쓴이가 당신 친구가 아닌게 새삼 다행이라고 생각 합니다. 설교는 당신이 하고 있더군요. 부시 방한에 맞춰서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시청광장에 가서 설교나 하세요. 편견의 늪에서 다양성과 주장도 이해못하는 분이 남탓할 것은 아니라과 봐요. 제 댓글이 기분 나쁘면 또 배설하세요.

    • BlogIcon blueclover 2008/08/10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족하나마 글을 쓰는 입장이지만,
      하민혁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만큼 함부로 글을 쓰지는 않는데요.

      겉멋.
      글쎄요.
      겉멋 부리려 글을 쓰는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누군가가 열심히 쓴 글을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사람에겐 들을 소리는 아닌것 같네요. :)
      게다가 이것 저것 떼어다 갖다 붙이는 글은 좀처럼 쓰지 않습니다. 식상한 수사도 있을테지만, 나름 시간을 투자해 고민해서 스스로 만들어 쓰는거니까요.

      모쪼록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BlogIcon zooin 2008/08/20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인장...성격 좋으시네요. ^^

  2. BlogIcon 하민혁 2008/08/10 0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lswnwndml tlghl -_

  3. BlogIcon Drake 2008/08/10 1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요, 전 공항 들어서자마자 들은 소리가 "Tax, how much?" 인데.

    하민혁씨 포스트를 보고 들어왔습니다만.., 글의 요지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자"인듯 한데..

    감히 한마디 하자면, 주제에 맞추어 글을 쓰시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 BlogIcon blueclover 2008/08/10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

      죄송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라는 것이, 어느 글의 주제를 말씀하시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글을 쓸 때 조금 더 주의하라는 말씀으로 듣고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4. 2008/08/11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5. RasE 2008/08/12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민단체? 쌩양아치 집단은 아니고? 이것이 시민단체 무용론으로 까지 확대해석될수 있다는게 조금은 놀랍내요;

    • BlogIcon blueclover 2008/08/18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반갑습니다.
      확대해석은 맞습니다.

      전 그 글의 저변에 깔렸던 저렴한 의식에 '혐오감'을 느꼈고, 그걸 문제삼았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그게 아니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전체적인 내용 흐름은 전제에 끼워진 곁다리처럼 취급 하시더군요.

      뭐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시각일 뿐이겠지요.